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자주 만나는 화면은 빈 화면입니다. 오늘 별일이 없었고, 어제와 비슷했고, 적을 만한 게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닫고 나면 다음 날은 열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소재가 아닙니다. 무엇부터 적을지 정해 두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정해 두면 별일 없는 날에도 30초면 끝납니다.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긴 글을 쓰려고 하면 시간이 있는 날에만 쓰게 되고, 시간이 있는 날은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본값을 낮게 잡습니다.
오늘 한 일 하나
'점심에 A와 국밥' 정도면 됩니다. 나중에 날짜와 사람을 되짚는 데 이 한 줄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기분 하나
좋았는지 별로였는지만. 이유는 안 적어도 됩니다. 이유는 한 달치를 모아 보면 저절로 보입니다.
기억해 둘 것 하나
들은 말, 사고 싶은 것, 다음에 물어볼 것. 없으면 비워 두세요.
이걸 두 주쯤 하면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길게 쓰고 싶은 날이 오는 거지, 길게 써야 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막히면, 질문에 답하세요
빈 화면보다 질문 하나가 훨씬 쉽습니다. 오늘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오늘 누구를 만났나. 오늘 웃은 순간이 있었나.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났나. 오늘 쓴 돈 중 가장 잘 쓴 것은. 어제와 다르게 한 것이 있나. 지금 몸은 어떤가. 내일의 나에게 미리 알려 줄 것이 있나. 최근에 미루고 있는 건. 오늘 새로 알게 된 것.
질문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지 마세요. 눈에 먼저 들어온 것으로 답하면 됩니다. 매일 같은 질문이어도 상관없습니다 — 오히려 그래야 나중에 비교가 됩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일기가 부담스러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상정하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다듬고, 부끄러운 부분을 빼고, 나중에 봐도 괜찮을 만큼만 적습니다. 그렇게 걸러진 기록은 나중에 읽어도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반말이어도, 욕이 섞여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안 볼 것을 전제로 써야 쓸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문장이 1년 뒤에 가장 값이 나갑니다. 그래서 저장 위치와 잠금이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정해 두세요
“오늘 안에 쓰기”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루의 끝에 붙은 다른 행동에 이어 붙이는 편이 훨씬 잘 됩니다. 양치 후, 알람 맞춘 다음, 침대에 누워서 — 이미 매일 하는 일 바로 뒤가 좋습니다.
밤에 쓰기가 안 맞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기 전에는 이미 지쳐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 다음 날 아침에 전날 것을 적는 방식이 낫습니다. 정확도는 조금 떨어져도, 안 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끊긴 다음에 돌아오는 법
두 달쯤 비었다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빈칸을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채우지 마세요. 오늘 것부터 쓰면 됩니다. 굳이 적고 싶다면 한 줄로 요약하세요 — “9~10월: 이직 준비하느라 못 씀”. 그 한 줄이면 나중에 되짚는 데 충분합니다. 일기는 출석부가 아닙니다.
가끔 읽으세요
쓰기만 하고 안 읽으면 동기가 오래 못 갑니다. 한 달에 한 번쯤 지난 달을 훑어보면, 그때는 큰일 같았던 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게 됩니다. 그 경험이 다음 달에도 쓰게 만듭니다.
기분을 함께 적어 두었다면 한 달치를 모아 볼 때 특히 쓸모가 있습니다. 어느 요일이 유독 나쁜지, 어떤 사람을 만난 날이 좋았는지 같은 건 하루씩 봐서는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mylog는 이 방식에 맞춰 만들었습니다
기분은 다섯 단계로 한 번 눌러 남기고, 날씨·장소·해시태그를 붙여 둘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골격이 있다면 템플릿으로 저장해 두고 꺼내 쓰면 위의 “세 줄”이 매번 준비된 상태로 열립니다. 쓰다가 나가도 임시저장으로 이어 쓸 수 있고, 짧은 생각은 일기 대신 메모로 던져 두면 됩니다.
읽는 쪽도 챙겼습니다. 홈에 지난 기록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회고 위젯이 있고, 통계에서는 기분 분포와 작성 스트릭, 월별 추이, 연간 히트맵으로 한 해를 훑어볼 수 있습니다. 일기장을 여러 개로 나눠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적은 “아무도 안 볼 것을 전제로” 부분 — mylog는 기록을 기기 안에만 저장하고 계정 없이 동작합니다. 앱 잠금 PIN도 있습니다. 이유는 따로 적어 두었고, 화면은 브라우저 미리보기에서 설치 없이 만져 보실 수 있습니다.